비건의 공식 회동 제안에 北응답할까

브릿지경제

비건의 공식 회동 제안에 北응답할까

비건 약식 회견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가진 뒤 열린 약식 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6일 북측에 회동할 것을 공식 제안함에 따라 북한이 이에 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사실상 이번 회동 제안이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내건 연말 이전에 마지막 제안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남아 있지만 북미 양국이 최근까지 대립구도가 심화되면서 상대를 향해 으름장을 놓는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추가적인 제안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5일 입국해 이날 회동을 공식 제안한 비건 대표는 2박 3일의 일정으로 한국에 머물 예정이어서 북미 양국이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만 하루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다.

현재로선 북한이 비건 대표의 제안에 응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회동 제안에 응한다면 지난 10월 초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교착된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대화 촉구 메시지에 북한은 “대화 타령”이라고 힐난하는 등 경직된 모습을 보인 것을 고려한다면 접촉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북미 채널도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판문점 등 북미 실무협상이 이뤄질 때 공식적인 회동제의보다 뉴욕채널 등 물밑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비건 대표가 서울에서 ‘약식’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볼 때 북미 채널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이번에도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비건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양측의 목표에 부합하는 균형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유연성 있는 해법들을 제안한 바 있다”고 언급했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북한과)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범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들도 비건 대표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시간을 끌며 자신들은 협상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북한은 협상 전에 큰 것을 달라기보다 확실한 액면가를 약속하면 나가겠다는 입장일 것”이라며 “뭔가 손에 잡히는 것을 주지 않는 한 그냥 만나자고해서 접촉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쪽에서 뉴욕 채널을 통해서 셈법을 바꿀 수 있고 그 다음에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 메시지가 있으니까 일단 판문점에서 만나자고 하는 이야기를 했다면 김명길이든 최선희든 내려온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의 이번 방한에 회동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미 관계는 대립구도를 넘어 강대강 대치하면서 결국 2년 전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된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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