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플랫폼 노동 돌아보는 ‘택배 없는 날’ 만들자

브릿지경제

[사설] 플랫폼 노동 돌아보는 ‘택배 없는 날’ 만들자

14일은 ‘택배 없는 날’로 정해졌다. 이른바 ‘택배인 리프레시 데이’다. 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택배사들은 업계 최초로 16일까지 최장 나흘간 휴업에 들어간다. 우정사업본부도 동참한다. 택배 업무 중단이 주목받는 것은 뉴스가 될 만큼 특이성이 있고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택배 배송 진화의 그늘 속에 가려진 택배 노동자들의 삶이 신산하다는 뜻일 것이다.



공식적으로 택배 휴무는 28년 만에 처음이다. 길게는 하루 12시간에서 16시간씩 장시간 업무에 시달리는 택배 기사들에겐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첫걸음을 뗀다는 상징성도 있다. 택배 노동자의 기동력에 힘입은 소비경제 진작 효과가 높아지고 택배회사 매출이 증대할수록 과로사가 속출하는 등 택배 종사자의 처지는 점점 열악해졌다. 이것이 업무 공백에 따른 소비자 불편과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날을 정해 쉬는 의미가 아닌가싶다. 시기적으로는 택배 물동량이 가장 많은 9~11월을 앞둔 시점이다. 최초의 택배 휴무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떠오른 언택트적 요소라든지 네트워킹 개념에만 머물던 우리 사회가 숨 고르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근로 환경 악화를 막기 위한 대안까지 찾아볼 시간이다. 그 해법으로 택배기사와 집배점 간 표준계약서에 물량축소 요청제를 제시한 회사도 있다. 아이디어로서는 괜찮은데 배송 건수가 곧 임금인 것이 특수고용직의 현실이다. 규정을 못박아도 물량 감소가 수입 감소가 되는 구조여서 쉽지 않다. 비정규직도 되고 자영업자나 사업자로도 분류되는 플랫폼 노동 전반의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택배업계와 간담회 내용으로 만든 택배 노동자 안전이나 근로기준법 준용 등은 실행력 없는 권고사항이 됐을 뿐이었다. ‘저녁이 있는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동안 국내 택배 산업은 서비스 내용과 질의 다양화에서 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이에 반비례해 노동 여건과 사회안전망에서는 사각지대였다. 과로사 대책위원회까지 출범하게 한 택배 노동자의 고강도 노동은 뒷전이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이면서 근로기준법에서는 온전한 근로자가 아닌 데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한정된 근무공간이 없는 택배와 배달대행업체 등의 이동노동자 고용 환경 개선이 거의 전무한 것이 큰 원인이다. 이제 택배 노동자에 대한 보호적 법률안을 여야 합의로 보완해 플랫폼 노동권을 구체화할 때다. 택배 사업을 시작하고 처음인 ‘택배 없는 날’ 현실화가 단순히 택배를 며칠 쉬는 날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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