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82년생 김지영' 공유 "지극히 평범한 남자, 그게 제 원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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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지영(정유미 분)을 걱정하며 지켜보는 남편 대현 역을 연기한 배우 공유.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지영(정유미 분)을 걱정하며 지켜보는 남편 대현 역을 연기한 배우 공유.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딸 아영과 아내 지영(정유미 분)을 위해 살아가는 회사원. 가족만 있으면 행복할 거라는 믿음 하나로 삶을 근근이 버틴다. 그러던 중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지영을 보자 걱정이 앞선다. 지영이 상처받을까봐 사실대로 말도 못한 채 곁을 지킨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지영을 걱정하며 지켜보는 남편 대현을 연기한 공유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대현한테 강하게 이끌렸어요. 어떻게든 이 영화를 찍고 싶었죠. 배우로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무조건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경우는 없었어요. 그만큼 이 영화가 내 안에 있는 감정을 툭 하고 건드렸죠. 그래서 출연을 하기까지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부끄럽지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마음에 위안을 얻었고 눈물이 났어요.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서 엄마한테 물어봤죠.”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한 여자의 삶으로 시작해 가족, 지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유는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가족이 생각났다고 했다.


“지영이와 비슷한 시대에 살다 보니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이 생각났어요. 이 영화가 본질적으로 지영이의 인생 이전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고 느꼈죠. 성별이 다르더라도 지영이처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요. 이 영화를 통해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


tvN 드라마 ‘도깨비’ 이후 약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공유는 대중들이 거는 기대에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공유는 “대외적으로 우려 섞인 시선들이 많았다”며 “대중에게 ‘도깨비’가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만큼 거는 기대가 컸다”고 했다. 이어 “잔잔한 일상의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지인들이 걱정했다. 배우로서 내가 공감하고 위로받은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공유는 “이 작품은 단조롭고 평범한 사건을 다루는 영화”라며 “관객들이 기대하는 자극적이고 큰 사건은 없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제대로 만들어졌을 때 울림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공유는 극 중 대현의 마음이 공감돼 안쓰럽고 불쌍하다고 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공유는 극 중 대현의 마음이 공감돼 안쓰럽고 불쌍하다고 했다.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주위에 이런 말을 하면 ‘말도 안 된다’ ‘네가 무슨 평범한 사람이냐’는 반응이었죠. 제가 말하는 평범한 사람은 배우 공유가 아니라 인간 공유인데 말이죠. 내 생활 습관이나 사고방식, 살면서 확립된 가치관을 봤을 때 나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죠.”


공유는 극 중 평범하고 가정적인 남편 대현을 제의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누구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자신이 가진 이미지가 극에 몰입하는 걸 방해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도깨비’를 비롯해 영화 ‘밀정’ ‘부산행’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공유에게 이 영화의 출연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배우로서 가진 저의 이미지가 걱정됐죠. 대중들이 공유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거는 기대가 있어요. 영화를 보면서 ‘공유가 무슨 평범한 남편이야’ ‘영화가 비현실적이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그런 생각들이 몰입에 방해되지 않을까 싶었죠. 영화를 좋은 마음으로 봐주면 좋겠지만, 관객들의 부정적인 생각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남아 있다면 그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죠.”


영화는 가부장적 사회의 관습과 한국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다룬 원작을 영화화한 것으로, 제작 과정부터 논란이 일었다. 공유는 이 영화는 누군가를 규정 짓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는 관점이나 기준에 따라서 누군가에게 불편한 영화가 될 수 있지만, 그 관점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죠. 관객들에게 ‘내가 생각한 게 맞으니까 당신이 틀렸다’고 함부로 강요할 순 없어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죠.”


공유는 이번 영화를 계기로 더욱 다양한 작품들이 극장에 걸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82년생 김지영’이나 ‘미쓰백’ 같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흔히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진 영화들이 큰 성공을 거둔 게 사실이고, 관객들이 그런 작품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배우들이 작품을 고를 때 다양성을 갖고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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