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北]남한드라마 본 죄, 80만원의 면죄부…北부정부패 천태만상

아시아경제

김정은 "부패와의 전쟁"에도 이미 '뇌물의 일상화'
뇌물 액수 따라 형량·직업·행정 등 모든 것이 결정
사회적 신뢰 붕괴로 인권 더 악화되는 악순환 우려

통일연구원 '북한인권백서 2019' 발간



"2017년에 아들이 한국영화를 보다가 보안원에게 단속을 당했어요. 5000위안(약 85만원)을 내고 해결했어요."



"휴대전화를 쓰다가 단속에 걸렸는데 뇌물을 주고 형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



"시댁에 가려면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했는데, 뇌물 없이는 여행증 발급까지 10일이나 걸린다고 했어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부정부패를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전세를 역전시키긴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주민은 뇌물주는 것을 '사업'이라고 표현한다. 뇌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없고, 뇌물 수수를 관행이자 일상적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연구원이 7일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19'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부정부패가 북한 사회 전역에 뿌리깊게 만연해 있다고 증언한다.






◆늘어나는 휴대전화 사용·한국드라마 시청…뇌물도 늘어난다

휴대전화는 북한 주민들 간에 외부정보를 유입·전달시키는 주요한 수단이다. 보안당국의 주요 단속 대상이다.



탈북민 A씨는 "북한 주민들 다수가 불법 방송물 및 녹화물을 보는데, 단속에 걸린 경우 처벌을 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1000위안(17만원)이 필요하다"고 증언했다.



탈북민 B씨는 "한국영화를 보고 발각되는 경우 1편당 5000위안, 미국 영화의 경우 2000위안, 노래는 1곡당 50위안 정도의 뇌물이 필요하며, 뇌물로 처벌을 면하지 않을 경우 반사회주의 혐의로 공개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증언했다.



2014년 평성시에서 휴대전화 단속을 경험한 한 증언자는 "일단 단속에 걸리면 휴대전화는 대부분 압수되며, 다시 찾아가기 위해서는 북한 돈 50만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형량은 뇌물 액수에 따라…가족 면회도 마찬가지

사법 영역에서도 뇌물은 예외가 없다. 재판단계에서 우호적 판결과 보석 혹은 집행유예를 위해 판사에게 뇌물을 주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탈북민 C씨는 "어머니는 휴대전화 사용이 발각되어 재판을 받았는데, 수사, 예심,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재판에 참석하는 재판소장에게 100위안, 판사에게 400위안 상당의 물건, 검사에게 500위안의 뇌물을 주고 형을 면했다"면서 "뇌물을 바치지 않은 공범은 교화소에 갔다"고 말했다.



2012~2015년 개천교화소에 수용되었던 탈북민D씨는 "가족이 면회를 올 때 지도원이 교화소에 필요한 물건들(페인트, 건전지, 약, 손가위 등)을 가져오게 시키며, 이를 못하는 경우에는 면회 음식을 다 빼앗아 버린다"고 진술했다.





◆여행증 발급·주택매매·직장생활에도 뇌물은 필수적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는 거주지에서 벗어나려면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여행증 발급은 기업소에 신청을 해야 하는데, 보위지도원 수표 및 보안원 수표 등을 받아야 발급이 가능하다. 여행증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신속한 발급을 위해 담당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으로 추정된다.



양강도에 거주했던 탈북민 E씨는 "2014년 평안남도 시댁 방문을 위해 여행증을 발급받은 경험이 있는데, 지역마다 상이하지만 현금 100위안 정도, 담배 등의 뇌물 공여시 하루만에도 발급되며, 뇌물 없이는 10일 이상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이주 및 거주관련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혹은 합법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신속한 발급을 위해 증명서 담당기관원 및 단속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있다.



탈북민 F씨는 "주택매매는 기본적으로 국가 집이므로 비법이지만, 시 인민위원회 도시경영과 주택관리원에게 4000위안을 제공하고 주택사용 허가증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직장배치와 관련한 뇌물수수도 일반적이다. 뇌물을 주고 원하는 직장이나 편안한 기업소에 배치를 받는다는 증언이 다수 나왔다. 이직 역시 뇌물만 있으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뇌물의 일상화…뇌물→범죄→뇌물의 악순환 우려

북한 사회의 광범위한 뇌물 관행은 북한 주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한편, 다시 주민들을 범죄로 이끌고 있다.



연구원은 "뇌물은 1명에게만 주면 안 되고 관계자 모두에게 적게라도 주어야 한다. 뇌물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또한 뇌물은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옅게 하고, 인권의식의 약화로도 이어진다. 탈북민 면접조사 결과, 의사나 교원에게 주는 뇌물을 '인사 치레'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연구원은 지적한다.



연구원은 "뇌물을 통해 자신의 삶만을 보전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보편적인 인권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처벌에 있어 공정한 기준이 적용되지 못하며 북한 주민의 인권이 유린되는 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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