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웰 미스터 오바마'…그의 8년 유산될까, 유물될까

머니투데이 / 김신회 기자

2017-01-12 00:17:04

[오바마 10일 고별연설 "Yes we can. Yes we did. Yes we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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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고별연설을 하던 중에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AFP
"우린 할 수 있습니다. 우린 해냈습니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Yes we can. Yes we did. Yes we can)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한 고별연설 말미에 2008년 대선 때 내건 구호를 다시 외쳤다. 그는 변혁에 대한 미국인들의 열망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구호에 담아 2009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0일 퇴임을 앞두고 다시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건 의미심장하다. 아쉬움이 크다는 자기고백처럼 들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연설을 향수, 희망, 확신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했다. 신문은 특히 희망과 확신에 방점을 찍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회분열과 경제적 도전 등 자신이 남긴 허물을 대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여러분이 나를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며 미국인들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강조했다.

◇사람 좋은 오바마…"삶은 더 팍팍해져"
2007년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을 찍어온 브룩스 크래프트는 이날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그동안 찍은 오바마의 사진들을 공개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그렇게 침착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크래프트는 그래서 더 극적인 장면을 앵글에 담기 어려웠다고 불평했다. 오바마가 그만큼 인간적인 대통령이었다는 얘기다.

오바마에 대한 호감은 AP통신과 미국 시카고대 전국여론조사센터(NORC) 공공정책연구센터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전날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57%가 오바마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또한 역시 절반 이상이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8년간 수행한 대통령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호감도는 40%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호감과 신뢰를 이들이 갈망하는 변화의 동력으로 삼는 데 서툴렀다는 지적이 많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지난 8년간 삶이 더 나아졌다거나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화합을 이뤘다고 평가한 이는 절반에 못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미국인들의 불만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경제 불평등, 인종갈등, 고립주의,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미국의 민주주의 이상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美 거시경제 지표 '서프라이즈'…불균형이 문제
사실 오바마 대통령의 거시경제 성적표는 칭찬받을 만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칼럼니스트는 이날 쓴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한창일 때 취임해 사사건건 의회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그가 이룬 미국의 경제 회복세는 놀라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2009년 10월 10%에 달했던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완전고용 수준에 가까운 4.7%로 떨어졌고 지난해 3분기 현재 미국 경제 규모는 금융위기 전보다 11.5% 커졌다. 미국은 여전히 저성장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다른 선진국과 달리 나홀로 성장세를 뽐내고 있다. 울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적극적인 재정부양에 나서는 한편 부시 행정부가 임명한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재신임하며 FRB에 힘을 실어준 결과라고 지적했다.

울프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건강보험개혁법, 이른바 '오바마케어' 덕분에 2000만명의 성인과 300만명의 아이들이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됐다며 미국 공화당이 문제 삼는 비용 증가세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뎌졌다고 평가했다.

울프는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룬 경제적 성과가 한쪽으로 쏠려 불평등이 심해진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한창 일 할 나이에 있는 이들의 노동참가율이 7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한 것도 미국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사회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유산'이냐, '유물'이냐…오바마케어 생존율 50%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의 간판 신문인 시카고트리뷴은 오바마 시대에 대한 최종 평가를 유보했다. 그의 업적이 미래에 진가를 인정받을지, 과거의 유물로 잊혀질지는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트럼프가 벌써부터 오바마 흔적 지우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가디언은 오바마의 유산 중에 △기후변화 적극 대응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 △오바마케어 △이란 핵협상 타결 △고용안정 등과 관련한 정책이 트럼프와 마찰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 중 트럼프 행정부에서 생존하기 가장 어려운 정책이 오바마의 고용안정 정책으로 생존율이 20%밖에 안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가 친성장정책과 일자리를 강조하지만 감세나 규제완화 같은 조치가 결국 부자들에게만 유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밖에 기후변화 정책의 생존율이 30%로 다음으로 낮았고 오바마케어(50%), 이란(70%), 동성결혼(90%)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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