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진 중국 외교관 '입'

아주경제

“당신이 워싱턴D.C에 있다면 백인들은 절대 남동부 쪽으로 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곳은 흑인·라틴계 거주지기 때문이다. 흑인이 오면 백인이 나간다는 말도 있다. 이는 흑인 가족이 오면 백인이 떠난다는 말로, 아파트 값은 가파르게 하락한다. ”

자오리젠(趙立堅) 주파키스탄 중국 부대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인종차별적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수잔 라이스 전 미국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트위터로 즉각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경악스러울 정도로 무식하기까지 하다”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자오 부대사도 이에 맞서 "당신이나 부끄러운 줄 알아라. 무지하기 짝이 없다"며 "진실은 원래 아픈 법이다. 나는 그저 진실을 말할 뿐이다. 당신이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인종차별주의자 딱지를 붙이는 건 수치스럽고 역겹다"고 반박했다.

자오리젠 주파키스탄 부대사 트위터 캡처화면



자오 부대사는 인권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 태도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무슬림을 대규모로 구금하고 있는 것을 두고 인권 침해라고 맹비난한 데 반박 차원에서다.   그는 미국의 소득불균형, 캠퍼스 총기난사 사건,  이민가정 부모와 자녀의 분리수용 등 문제를 일제히 언급하며 미국의 인권 문제도 조목조목 거론했다.  

자오 부대사는 이외에도 그 동안 트위터에서 중국의 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둘러싼 비난에 적극 반박하는 글들도 수시로 올려왔다.

자오 부대사는 최근 들어 트위터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해외 주재 중국 외교관의 대표 사례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교관들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제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고 있다고 전했다.  

류샤오밍(劉曉明) 주영국 대사도 그 중 한 예다. 최근 홍콩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를 둘러싸고 과거 홍콩을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 일부 관료가 중국 정부를 향해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를 존중하라'로 경고한 데 대해 그는 지난달 TV 방송 인터뷰를 통해 거침없이 비난을 쏟아냈다.

"홍콩이 수십년 간 영국 통치 아래 있을 때는 선거권도, 시위할 권리도 없었다. 이제 와서 영국이 민주주의를 찾는 것은 위선이다", "홍콩은 더 이상 영국 식민지가 아니다", "영국 일부 관료는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 등 류 대사의 강경 발언에 영국 외무부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그를 초치했다.

올 초 루사예(盧沙野) 주캐나다 대사도 현지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캐나다가 중국에 억류된 자국민 석방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서양이기주의와 백인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이중 잣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캐나다의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구금 역시 근거없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해외 주재 중국 외교관들은 제 목소리를 내는 도구로 자국 내에선 사용이 금지된 트위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추이톈카이(崔天凯) 주미 대사는 지난 8일 트위터 계정을 개통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해외 주재 중국 외교관들이 정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피력하는 데 트위터를 쓰고 있다며 과거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외교'를 비난했던 점을 거론, 중국 외교관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해외 주재 중국 외교관들의 공격적인 발언을 두고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3월 양회 기자회견에서 "돌돌핍인(咄咄逼人, 힘으로 상대를 압박하다)은 중국의 전통이 아니고, 국강필패(国强必霸, 나라가 강하면 반드시 패권을 행사한다')는 우리의 선택이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중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정당한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수호한다"며 "남의 나라가 주권과 존엄을 훼손하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중국의 외교관은 어디에 있든 우리의 입장을 결연히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인선 기자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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