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정의연 대표 "수요집회 27년, 일본이 1400번 졌다"

머니투데이 / 이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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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00차 땐 '야 우리 대단하다'고 했다. 500차 땐 헷갈렸다. 이제 1400차(지난 8월 14일)가 넘었지만 아베는 반성을 모른다. 우리가 진 건가. 아니다. 일본이 1400번 진 거다"

1992년 1월8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 누런 베옷 차림을 한 할머니들 사이 앳된 얼굴 하나가 "잘못을 사죄하라"고 외쳤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간사였던 당시 28살의 윤미향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56)다.

사회가 보수적이었던 1990년대 20대 여성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문제에 뛰어든 계기를 묻자 윤 대표는 시곗바늘을 대학시절로 돌렸다. 그는 데모할 때면 위장용으로 신은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돌멩이 주워달라'는 남학우 옆에서 직접 짱돌을 던졌다고 한다. 윤 대표는 "사회개혁 외치는 운동권조차 가부장적 문화가 만연한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여공, 여성농민 문제도 학내 세미나에선 다뤄지지 않았다. 결국 대학원에서 직접 여성문제를 공부했고 일본남성을 상대로 한 기생관광을 알게 됐다. '돈 더 벌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속아 피해자가 된 시골 출신 여공이 대부분이었다.

도시로 유학 와 장학금으로 직접 학비를 마련하고 동생들을 돌봐야 했던 윤 대표였다. 그는 "피해 사례를 타이핑할 때면 그들의 고통이 내게 '입력'되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기생관광 몰아내기 운동을 하며 정대협과도 인연이 닿았다. 종종 탑골공원에 나가 함께 피켓을 들었다. 그러던 중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의 피해자 증언이 나왔다. 국내 생존자 가운데 최초 증언이었다. 윤 대표는 "어떻게 살아있는 피해 여성의 역사는 한 번 들어본 적 없었는지 굉장히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 길로 정대협 간사를 맡았다. 할머니들의 신고전화를 받으면 거창, 함양, 삼천포 어디든 갔다. 김복동 할머니는 증언 내내 수북이 담배를 태웠다. 김순덕 할머니는 한참을 검은 봉지 속 땅콩만 만지작할 뿐 눈을 맞추질 못했다. 윤 대표는 "씩씩한 우리 이용수 할머니도 그땐 사회의 폭력과 편견에 짓눌린 모습이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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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간사를 맡았던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사진=윤미향 대표 제공
윤 대표도 어느 날은 할머니들 앞에서 멱살이 잡혔다. 강제징용 피해자는 "우리까지 부끄럽게 하지 말고 입 닫으라"고 소리쳤다. 전화를 걸어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본에 갈 때면 몇시간 씩 공항에 억류돼 '방문 목적'을 조사받았다.

윤 대표는 그때마다 '하하호호 웃자'고 할머니들을 달랬다. 윤 대표는 "내가 할머니들 삶에, 할머니들이 내 삶에 스며들며 지금까지 손잡고 왔다"고 말했다.

쌓여가는 집회의 회차만큼 천금같은 시간도 흘러가고 있다. 올해만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다섯 분이 별세했다. 윤 대표는 "우리 일은 시간을 다투는 일이고 더는 지연돼선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추석 연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워싱턴·시카고·샌프란시스코·예일대 등에서 영화 '김복동' 상영회가 쭉 예정돼 있다. 윤 대표는 "'김복동' 상영회 때마다, 10번이면 10번 나혼자 장례를 치른다"고 말했다. 생전 그를 '오마이'라 부르던 음성과 할머니의 냄새도 생생하다.

윤 대표는 "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이틀 전 '그래도 너희들 덕에 희망을 잡고 산다'하셨는데 저도 한국과 일본 청년에게서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집회에도 하나둘 일본 청년이 늘고 있다"며 "아베 정권의 만행이 오히려 일본 내 젊은 세대에게 자성의 목소리를 일깨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진 기자 hjl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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